스타벅스 종이컵으로 예술을? "종이컵 아티스트 김수민 작가"

 

 

매주 수요일 밤 10시가 되면 인스타그램 계정 ‘fseo’에서 평범한 종이컵이 캔버스로 변하는 진기한 쇼가 펼쳐진다. 종이컵 아티스트 김수민(39) 작가가 종이컵에 그림 그리는 과정을 한 시간 동안 보여주는 개인 방송이다. SNS 방송은 그에게 멈추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해나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준다.


“팔로워들과 약속한 시간은 다가오는데 뭘 그려야 할지 생각나지 않을 때도 많아 쉽지만은 않아요. 그래도 작년 9월부터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죠. 의무감이 있어야 아이디어가 탄생하거든요. 계속 고민하다보면 신기하게 방송 5분 전에라도 뭘 그려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해놓는 습관은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는 김수민 작가만의 방법이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전업해 각종 인쇄 매체에 삽화를 그리며 ‘종이컵 아트’를 병행해온 지 7년 째. 프리랜서의 삶이 자칫 나태해지지 않도록 그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오전 10시 전에 작업실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스스로 긴장감을 유지해야 그림 소재를 생각해내는 일을 미루지 않게 된다는 경험 때문이다. 근면한 일상 속에서 완성되는 종이컵 아트는 반전의 미학이 돋보이는 입체그림이다. 대부분 스타벅스 종이컵에 그려지는 그의 그림에서는 브랜드 로고캐릭터인 ‘세이렌’이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왕관을 쓴 긴 머리의 여신을 연상시키는 세이렌이 그의 손길을 거쳐 근육질의 남성이나 맥주잔을 든 섹시한 여성으로 탈바꿈한다. 세이렌의 얼굴과 머리카락 일부분만 남기고 흰색 물감으로 칠해 덧그리고, 종이컵을 오리거나 찢어 안쪽에도 그림을 그려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꽤 흥미롭다. 기발한 입체 그림은 통상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상반돼 더 재밌게 다가온다.


“점잖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가 스타벅스 잖아요. 선입견과 제 유머러스한 그림이 만날 때 생각의 전환이 쉽게 일어날 것 같아 스타벅스 종이컵을 택했어요.”


어느덧 종이컵 아트로 외국 전시회에 초청되거나 국내의 여러 유수 교육기관에서 강의자로 나설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가 봐도 그림에 대한 내공이 느껴진다. 그러나 의외로 그가 받은 미술 교육은 학창 시절부터 관심 많았던 그림을 포기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1년 6개월 동안 그림책 작가 양성기관에 다닌 것이 전부다. 여느 그림 작가들에 비해 단촐한 이력이 그에게는 오히려 고유한 분야를 구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할 때 비전공자라는 점이 큰 약점으로 느껴졌어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결심하고 여러 사물에 그림을 그려봤죠. 그러다 그림그리기가 까다로운 종이컵이라면 흔치 않은 도전이 될 것 같아 종이컵 아트를 시작했어요.”


콤플렉스가 아니었다면 남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종이컵 아트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종이컵 안에 전구를 설치한 그림, 종이컵의 형체가 남아 있지 않은 그림 등 지금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김수민 작가.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다보면 앞으로 또 어떤 기발한 작품들이 탄생할지 스스로도 기대감이 크다. 독창적인 작품은 성실히 보낸 하루 속에서 탄생한다는 믿음으로 그는 오늘도 정해진 시간에 작업실로 향한다.



글 · 사진 한재원 기자

 

[출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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