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_ 아침 풍경과의 만남 /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아침 7, 나는 양재천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 같은 폭서()의 계절에도 출근 전엔 어김없이 집 앞 하천을 걸으며 동네 이곳저곳의 풍경을 살펴보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지난 111년 기상 관측 이래로 가장 더운 여름 날씨로 예전 같지 않게 걷기가 힘들고 빨리 지치는 기분을 느낀다. 따가운 여름 햇볕을 가려주는 낡은 밀짚모자를 쓰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동네 풍경을 관찰하는 것으로 아침에 남아있는 잠기운을 떨쳐버린다. 

나는 18년 전부터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강남구 도곡동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곳은 한가로운 자연 풍경의 양재천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고, 고층건물과 빠르게 오가는 차량이 가득한 번화한 도심이기도 하다. 집 앞에 위치한 매봉터널과 남부순환로에는 차들이 언제나 바쁜 모양새로 분주히 지나간다. , 내가 사는 아파트와 근처의 69층짜리 타워팰리스 등 고층 건물이 많은 곳이라 건물을 들고나가는 차들로 언제나 분주하다.

타워팰리스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그 주변으로 높은 빌딩들이 모여 있어서 그곳을 걸어가다 보면 마치 빌딩 숲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명성은 종로 31빌딩, 여의도 63빌딩에서 69층의 타워팰리스로. 타워팰리스에서 123층의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바뀌었다. 그 웅장한 높이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양재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저 멀리 높은 자태가 보인다. 짓기 전까진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찾는 서울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고층 빌딩 숲 건너편에는 메타세쿼이아 숲이 자리하고 있다. 찻길 양쪽 양재천 산책로에 줄지어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은 여름의 뜨거운 태양빛을 받은 탓인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앞을 지나가면 항상 우렁찬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치 여름이 왔다고 즐겁게 소리치는 것 같다. 어릴 적 살던 시골에서 자주 듣던 카랑카랑한 매미 소리와 어쩜 그리도 같은 소리인지 신기하다. 그 앞엔 반송()이라는 키 작은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 키 큰 소나무 사이로 붉은 자태를 띈 백일홍()도 보인다. 또 아직은 푸른 잎이지만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들 단풍나무도 있다.

숲길 아래 양재천에는 맑은 냇물이 흐르고, 물속에는 잉어들이 뻐끔댄다. 하얀 해오라기, 비둘기, 까치, 참새 등 온갖 새들을 구경할 수도 있어 시골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정겨운 모습이다. , 사람, 차량과 새들이 공존하는 곳엔 평화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도곡동의 아침 풍경이 좋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도심 속 작은 휴양림에서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순간이다. 출근하기 위해 서류 가방을 들고 바쁘게 지하철역으로 가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길가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 보인다. 근처 식당은 불을 켜고 아침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화물차들은 아침 일찍 가게에 물건을 전해주기 위해 골목을 누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바닥을 쓸고 밖을 내다보며 건물 주변을 순찰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침을 맞는다. 나도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러 집으로 향한다.

 

*1933년 충남 청양 출생, 고려대학교 상과 졸업.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국민훈장 모란장 외. 수필집 <성취의 기쁨을 누려라><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CEO> 외 다수.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코리아나화장박물관장.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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