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의 상류사회

배우 수애 앞엔 늘 ‘파격 변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언제나 단아함을 넘어선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수애의 욕망에 따른 결과다. 그녀가 또다시 파격 변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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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 흔들림 없는 눈빛, 고풍스러운 아우라. 수애를 설명하는 이 모든 것을 한 단어로 함축하면 ‘단아하다’로 정리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수애는 늘 단아하다는 이미지에 맞서 왔다.

파병 떠난 남편을 찾으러 전장에 뛰어들기도 했고(영화 <님은 먼 곳에>), 가족을 구하기 위해 피 말리는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영화 <심야의 FM>) 알츠하이머에 걸리거나(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 성공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여자가 돼 국민악녀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SBS 드라마 <야왕>) 가끔씩 마음을 간질이는 로맨스물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녀 곁엔 ‘파격 변신’이란 수식어가 뒤따랐다. 이번엔 영화 <상류사회>에서 다시 변신에 도전했다. 미래그룹 산하 미술관의 부관장 오수연으로 분해 더 높은 곳, 이른바 상류층이 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녀는 극에서 남편인 장태준(박해일 분)에게 “나는 당신이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때를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거나 “네 꿈은 원대하고, 내 꿈은 X밥이니?”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파격’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아마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지 않을까 해요. 두려움이 100% 없지는 않았어요. 도전할 부분들이 많았는데 수연이라는 캐릭터가 멋있었어요. 오수연에겐 당당함이 있어요. 나라면, 수애라면 이렇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영화에서 오수연은 관장 자리에 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재개관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현재 세계적 아티스트이자 자신의 옛 연인 신지호(이진욱 분)를 찾아가는가 하면, 미래그룹의 자금세탁을 위해 파리 옥션에서 거액의 낙찰을 성사시킨다. 하지만 번번이 좌절을 맛본다. 급기야 옛연인과 정사가 찍힌 성관계 동영상이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그녀는 과오를 숨기는 대신 만인에게 고백하는 것을 택한다. 그리고 미술관 알트 스페이스를 설립하면서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상류사회로의 입성을 포기하고 자아를 찾기로 한 것이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꼭 2~3등이 시험에서 1문제를 틀렸다고 울어요. 꼴등인 친구들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죠. 오수연은 아깝게 1등을 놓친 2등 같은 존재예요. 그런 오수연이 자신의 민낯을 밝히고 굴레에서 벗어나는 설정이 멋있었어요. 저는 그러지 못하니까 대리만족했죠. 한편으로는 백조 같은 캐릭터라 안쓰러웠어요. 평화로운 표정과 말투, 웃음을 지녔지만 실상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거죠. 오수연은 자신에 대한 연민이 강해서 더 성공하고 싶고, 스스로에게 보상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수애는 <상류사회>에서 커리어우먼을 대변한다. 그래서 내면뿐만 아니라 외면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코발트블루 슈트를 입고 금빛 하이힐을 신고 걷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남편 장태준 역으로 출연한 박해일 역시 <상류사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수애의 모습으로 해당 의상을 입고 걸어오는 장면을 꼽았다.

“화려하고 높은 직위를 가진 캐릭터라서 보이는 이미지에 중점을 뒀어요. 미술관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맞게 의상 콘셉트와 헤어스타일을 고민했죠. 여성스러움 보단 냉철함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여성스러운 목선을 감추려고 터틀넥을 입고, 치마 대신 바지를 입었죠. 그것도 실루엣이 드러나지 않는 와이드팬츠로 택했어요. 감독님은 저의 긴 머리가 좋다고 하셨지만 제가 단발머리로 자르겠다고 했어요. 그래야 여성스러움이 줄어들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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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 하늘색이고 싶은

수애는 또래에 비해 기혼 여성 역을 많이 맡았다. 영화 <감기> <심야의 FM> <불꽃처럼 나비처럼> <님은 먼 곳에>, 드라마 <가면> <야왕> <천일의 약속> 등 절절한 사랑을 그리거나 모성애를 보여줬다.

“항상 수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했어요. 드라마 <9회말 2아웃> <우리 집에 사는 남자>에 출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대중에게 친근해지고 싶다는 갈증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욕망 덩어리예요. 수애라는 사람의 결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변주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수애는 단아함이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수식해왔지만 자신에겐 의외의 모습이 더 많다는 것. 그 모습 때문에 지인들은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출연할 것을 권유한단다.

“지인들이 저를 향해 의외라는 평가를 많이 해요. 어떤게 의외냐고요? 대화는 즐기는데 말수는 적고, 술은 잘 못하는데 술자리는 즐기는 모습들 같은거요. ‘수애’라는 사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다른 말과 행동을 하니까 의아하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제 모습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건데 말이에요.”

수애는 데뷔 초 중저음 목소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감독은 그녀에게 “목소리 때문에 채널 돌아간다”며 톤을 높이라고 혼을 내기도 했단다. 목소리가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었지만 수애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목소리가 좋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연예인의 끼가 없어요. 스타로 자질이 부족해요. 그래서 한때는 배우로서 연기 외에 보여드릴 수 있는 또 다른 것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가 되고 싶어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봤는데 어렵더군요. 무엇을 해도 어색하더라고요. 재능보다 그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어요. 결국 앞으로 보여드릴 것도 연기예요. 가능한 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전 스스로 기회를 잡진 못하지만 제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편이거든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그녀에게 굳이 웃기지 않아도 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어떠냐고 묻자, 예능프로그램 출연엔 관심이 없단다. 카메라를 의식해 상황을 즐기지 못할 것 같고,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이 불편할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연기로 푸는 수밖에 없단 뜻이다.

“대중은 ‘수애라는 배우는 잘 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애라는 배우를 생각하면 그레이컬러가 떠오를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파스텔톤 하늘색이 되고 싶어요. 늘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있는 색이잖아요. 앞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활동하려고요.”
 

나를 들키지 않는 것

실제 마주한 수애는 화면 속에서보다 더 차분했다. 간단한 목례로 기자들을 맞이하곤 카메라 플래시에 맞춰 조용히 포즈를 취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선 어느 질문에도 동요하지 않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별다른 손동작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상에선 어떨지 궁금했다.

“일상이라고 해서 특이할 건 없어요. 찾아보자면 아침형 인간이라는 점뿐인 것 같아요. <상류사회>를 마치고 혼자 벨기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많은 분들이 저를 집순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저 잘 돌아다녀요. 운동복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면 아무도 저를 못 알아보세요.(웃음) 혼자 다니면서 동전을 주워요. 언젠가 친구한테 이 이야길 하니까 ‘넌 땅만 보고 걸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놀라우면서 서글펐어요. 나중엔 모자를 벗고 혼자 다닐 여유를 갖고 싶어요.”

수애는 얼마 전부턴 편안함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배우로서 커리어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면 이젠 인간 수애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 초월명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알고 찾는 거란다.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서 현장에 가면 배울 게 많았어요. 치열했고 여유도 없었어요. 부족한 연기력을 들키는 게 가장 큰 수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악바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달렸죠.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전 벽이 많은 배우였어요. ‘나’를 들키지 않는 것이 제 무기였고요. 그런데 경력이 쌓이다 보니 주변을 아우르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국가대표2>에 출연한 것이 계기였어요. 선배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내면을 단련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얼마 전부터 명상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배우 수애로 열심히 달려왔으니까 인간 수애의 삶을 채워서 밸런스를 맞추려고요.”

배우, 연기만 생각하던 수애에게 또 다른 관심사가 생겼다. 바로 얼마 전부터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다. 이제 막 3개월 차에 접어든 새내기 집사인 그녀는 고양이를 바라볼 때 가장 행복하단다.

“요즘 고양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고양이의 매력에 빠진지 얼마 안 됐거든요.(웃음)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왜 집사라고 부르는지, 왜 한 마리를 키우다가 두 마리, 세 마리를 키우게 되는지 공감하고 있어요. 고양이에게 위로받고 있거든요. 사실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반려동물을 입양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스케줄이 비어서 매니저에게 근처 펫 숍을 가자고 했는데, 그 상태로 2시간 동안 고양이를 바라봤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오늘 집에 갔는데 내일 저 고양이가 사라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입양했어요. 이름이 뭐냐고요? 콩새예요. 아주 작은 새의 이름인데, 어머니가 고양이가 작다면서 붙여주셨어요. 이름도 귀엽지 않나요?”

연기에, 명상에, 반려동물까지 그녀에게 연애할 틈이 없어 보였다. 언제 연애하느냐고 묻자 그런 질문은 오랜만이라고 웃어 보이더니 지금은 연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저도 연애를 하긴 했죠. 그렇지만 지금은 하지 않아요. 이번 영화에서 부부로 출연해서인지 저의 결혼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시더군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이 제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운명이 있고 짝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이 결혼하라며 조바심을 가지실 때도 있었지만 이제 그 시기도 지났어요.(웃음) 지금은 그냥 현재에 만족하고 있죠. 결혼에 적정한 때가 오겠죠? 그때가 오면 놓치지 않을 거예요.”

수애는 타인이 아닌 자신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늘 타인과 비교되고 평가받아야 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더더욱 그러고 싶단다. 자신의 경쟁자가 자신이 되는 때야말로 그녀가 상류사회로 들어간 순간이란다. 오롯이 스스로 행복을 찾는 곳, 그곳이 수애의 상류사회다.

[출처] 우먼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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